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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완전히 파헤치며 분석해보려 합니다. 동시에 이 내용을 모두 읽으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미국 결말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정보가 필요하시면 끝까지 읽어주세요. 본 포스팅에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제 아래의 글로 알아봅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메인 포스터

     

    추억의 만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여러분은 슬램덩크 좋아하시나요? 제 시작점은 유년기의 친구 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소년챔프였습니다. 매주 친구 집에 가면 가장 먼저 뒷부분에 있던 슬램덩크부터 봤었죠. 그다음 비디오 테이프로 봤던 애니메이션은 온갖 시청각적 요소들이 방구석에서 만개하는 느낌이 들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는데요. 이틀에 테이프 하나씩은 빌려 봤는데, 능남전 때 권준호의 3점 슛이 손 끝에서 링을 통과하기까지 거진 일주일이나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워낙에 어린 시절이었으니 추억보정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역시나 박상민 아저씨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국내 TV판! 당시 인생 최대 이벤트였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4~95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총 네 편의 극장판들. 시간이 흘러 완전판 만화책을 사모았고 책장 한 켠에 꽂아둔 채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죠. 그리고 이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습니다.

     

    이야기의 재구성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한 사람의 팬으로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감탄하며 본 너무나도 좋은 작품이었는데요. 그 감상은 차차 풀기로 하고, 문득 원작자이자 이번 극장판을 연출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속내가 궁금해졌습니다. 왜 슬램덩크는 지금도 다시 ‘더 퍼스트’라는 이름을 달고 다른 마침표를 찍고 싶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호조 츠카사의 '시티헌터' 어시스턴트로 경력을 시작한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카멜레온 제일’이라는 만화를 12주 동안 연재합니다. 그 시간이 원동력이 되어 그의 나이 23세부터 29세까지 6년간 슬램덩크의 연재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이노우에의 첫 작품이었죠 그다음은 ‘버저비터’로 인터넷 만화의 가능성을 열었고, ‘리얼’과 ‘베가본드’로 그의 작가적 여정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슬램덩크는 저마다 이후로 농구 코트의 발을 붙이게 된 청춘들의 이야기였죠. 이노우에가 밝힌 대로 아주 직선적이고 경쾌한 내용이었음에도 그 끝은 비교적 예측치 못한 형태였는데, 당시 자기로선 이야기적으로는 그렇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매듭을 지었다죠. 하지만 26년이 지나 내면적인 시점과 가치관이 많이 바뀌고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인생에는 모름지기 아프기도 하고 잘 안 되는 일도 많이 있다는 걸 그 간의 경험으로 잘 알게 되었고, 아픔을 안고 있거나 극복하거나 하는 그런 관점으로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죠. 그런 가운데 2014년 12월이 작품의 마쓰이 프로듀서는 이노우에게 새로운 극장판 제안을 건네게 되었고, 수정의 수정을 거듭한 결과, 이노우에가 지금의 나라면 새로운 슬램덩크를 그릴 수 있겠다 싶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송태섭의 여정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이번 작품의 중심엔 송태섭이 있고, 그게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한데요. 그 이유는 1998년 주간 소년점프 9호의 게재되고, 2001년 주간 영 점프 49호에 다시 게재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단편 ‘피어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행본엔 실린 바가 없어 팬들에겐 전설적인 작품으로 일컬어지는데요. 이 작품에 그야말로 이번 영화와 송태섭에 대한 토대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피어스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인 ‘료’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해안 절벽에 있는 동굴을 비밀기지 삼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에 집착하곤 했는데요. 어느 날 료는 바다에 리본이 달린 작은 상자를 던지려는 소녀 ‘아야코’를 본 뒤 바다를 더럽히지 말라며 티격태격하나, 돌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아무도 데려간 적 없는 비밀 동굴에 아야코를 초대합니다. 아야코의 작은 상자를 열어보니 들어있던 건 귀걸이, 료는 클립을 촛불로 달구고 왼쪽 귀에 피어싱을 뚫으며 “‘마이클 조던’이 하고 있으니까 나도 한다”라고 말하죠. 그러다 은연중에 왜 자신이 바다를 계속 보는지 아야코에게 털어놓게 되는데요. 3년 전 낚시에 간 채 돌아오지 않았던 형의 이야기였습니다. 무심코 외쳐버렸던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는 말을 참여하는 마음으로 돌아오지 않는 형을 료는 계속 기다려 온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에 모래사장을 걸으며 자신의 이름이 료타라고 말하는 여기까지가 피어스의 대략적인 스토리였습니다. 불과 39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송태섭의 진짜 이름인 ‘료타’, 이한나의 진짜 이름인 ‘아야코’,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왜 송태섭이 피어싱을 했고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이때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있던 것이죠.

     

    “슬램덩크는 연재 종료 때부터 계속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라던 이노우에는 항상 조금씩 뭔가를 발견해 나갑니다. ‘혹시 이런 녀석이 아니었을까?’라며 문득 든 생각을 메모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영화는 그런 걸 선보일 기회였다’라고 밝혔죠.

     

    송태섭은 북산의 주요 선수 5명 중에 유일한 2학년으로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 신장이 크진 않지만 속공과 센스가 뛰어나 여러 번 북산을 위기에서 구해냈는데요. 그중에서 산왕전 때야말로 송태섭이 가장 드라마틱한 구심점이 됩니다. 산왕의 지독한 존 프레스 앞에서 드리블만이 작은 선수가 살아남는 법이라고 말하며 맞서 나가고 게임메이커로서 기세와 흐름을 가져오려 하자, 동료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강함을 발견해 나갑니다. 그리고 한나가 손바닥에 써준 ‘넘버원 가드’까지, 그렇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과 산왕전이 중심인 이유는 이노우에가 자신이 만든 세계관의 사각지대를 파헤치며 즐겨온 과정에서 발견된 보물이 송태섭이었고, 그의 이야기를 펼치기에 산왕전만큼 완벽한 무대도 없었기 때문인 것이죠.

     

    작품의 차별성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슬램덩크와 동시대 스포츠 만화들은 가정 사정, 부모님의 묘사에 집중했고 혹시 부모가 없는 등의 설정이 주인공의 성장이나 화려하게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당장에 ‘피구왕 통키’만 해도요. 세상을 떠난 선수였던 아버지의 꿈을 계승한다는 식의 각성 발판을 작품 도처에서 남용합니다. 반면에 슬램덩크 원작의 상기해 보면요. 슬램덩크의 본질이 5명의 주인공으로 빚어나가는 인간 군상극임에도, 송태섭이 평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생활감이 있는 묘사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건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등등도 마찬가지이죠.

     

    강백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면 정도였고, 그나마 채치수만 동생 소연이 때문에 아주 약간 가정 묘사가 나올 뿐이라 차라리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보고 나니 어렴풋이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이런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두근거리는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영화는 마치 그 단서를 흘리듯 송태섭이 중1일 때 정대만을 만났던 이야기, 산왕 정우성의 이야기 송태선 모친의 이야기 등등을 보여주는데요. 이건 정말이지 사각지대로 시점을 돌리고 지금까지 들리지 않았던 울림을 내면서, 당시의 기억뿐만 아니라 캐릭터들까지 선명하게 되살린 우리가 몰랐던 슬램덩크를 보여준 획기적인 접근이었습니다.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면 저 자신의 성장과 변화가 아닐까, 오키나와에 살던 송태섭 가족이 두 차례나 겪은 비극의 무게와 가족이 오키나와에서 주공 임대 아파트 같은 가나가와 현의 UR로 이사를 간 게 어떤 의미인지, 산왕이 도호쿠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아키타현 대표로, 전국대회 우승을 58회나 거둔 강호이자 일본 고교 농구의 상징인 노시로 공고를 모델로 했기에, 오키나와에서 가나가와 현 대표로 북산까지 와버린 송태섭의 여정과 가나가와의 북산이 아키타의 산왕과 붙는 큰 거리감이라던지, 어릴 때는 전혀 느끼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런 면면들이 확 와닿게 된 것이죠. 

     

    제작 과정 속 이야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이번 작품은 팬선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트로부터 펜선이 작렬했는데요. 이때 어릴 적 들었던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만화 영화'입니다. ‘만화 영화’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노우에의 작화 자체가 움직이는 느낌이 이 작품엔 깃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감각의 슬램덩크, 사운드 모션 캡처 CG와 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그야말로 생동감과 속도감이 가득한 움직이는 소년챔프라고 할 법했죠. 이노우에는 그냥 애니메이션처럼 반들반들하지 않고 만화 같은 촉감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선수 각자의 움직임을 손으로 그리는 건 무리였고, 영상적으로 살아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CG를 도입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지금의 톤이 만들었습니다.

     

    이노우에 자신이 스토리와 연출을 전부 맡았을 뿐만 아니라 전례가 없던 리터칭으로 직접 수도 없이 그림을 그려 나갔는데 이게 영화 속 캐릭터의 생명선이었다죠.

    과거 애니메이션에 비해 연기 톤도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리얼한 느낌이며, TV 애니 때는 성우 연기에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성우들도 나름 프로답게 캐릭터를 마주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키워나갔고, 어떤 부탁을 하게 되면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걸 버리라고 요구하는 거니까 말이죠.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엔 애초에 과장된 표현 없이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 코트 위에 있는 농구부 고교생의 느낌을 더 소중히 해달라는 걸 줄곧 성우들에게 주문했다고 합니다.

     

    '더 퍼스트'의 의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더 퍼스트’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현지에선 개봉 직후 여러 가지 설이 나왔죠. 농구에선 포지션을 번호로 표시하는데 ‘더 퍼스트’가 상징하는 1번 포인트 가드는 송태섭의 포지션 번호라는 것, 그리고 그가 넘버원 가드가 되기 위해 분투해 왔던 것 등이었습니다만 일본 현지에서 극장과 온라인으로 팔고 있는 팸플릿이나 이번 작품의 경이로운 완성도에 토대와 작화와 드라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아까 언급한 단편 ‘피어스’를 수록한 서적 ‘THE FIRST SLAM DUNK re:SOURCE’에 실린 이야기를 통해 이노우에가 밝힌 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입니다.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어디까지나 처음 만나는 작품으로 체험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우리에게도 이런 슬램덩크는 처음이었고, 이노우에게도 이번이 첫 번째 도전이자 최초로 이 모든 것들을 실현한 최고의 도달점이었죠. 하지만 이 제목처럼 이제 막 첫 번째일 뿐 어쩌면 슬램덩크는 끝나지 않았다는 즐거운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말의 의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드릴까 하는데요.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슬램덩크 장학금’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또는 프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농구 꿈나무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번 작품에선 주역 송태섭의 경제적 어려움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지원해주고 싶었던 대상이 어쩌면 송태섭 같은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렇기에 엔딩 장면은 참 묘한 느낌을 줍니다.

    슬램덩크 장학금 제도를 통해 미국 애리조나 웨스턴 대학으로 진학할 수도 있는데요. 이 학교에 유니폼 두 종류를 보시면 이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온 두 사람이 입은 유니폼과 색상이 같습니다. ‘오래전에 슬램덩크를 본 사람들이 그저 이 작품과 만나고, 좋아하는 형태 중에 하나가 되길 바란다’ 라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말처럼 이 작품은 슬램덩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누군가에겐 슬램덩크 원작을 봐야 할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완전 분석해 드렸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정보도 궁금하시다면 '영화혁명'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이 유용했다면 하트(공감), 댓글, 구독을 해주시면 블로그 운영에 보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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