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더볼츠*' 후기 - MCU가 잃어버린 것들

 

 

 

MCU의 현주소와 썬더볼츠*가 주는 메시지

 

마블 영화는 어느새 개별 작품보다는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상태에 대한 평가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썬더볼츠> 역시 이러한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슈퍼히어로 산업 복합체에 대한 메타적 논평을 넘어서, 실제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잃어버린 방향성과 목적을 다시 찾아가려는 분명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최근 MCU 작품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산만함과 복잡한 설정에서 벗어나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데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플로렌스 퓨의 옐레나 벨로바, MCU의 공허함을 대변하다

 

<썬더볼츠>는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내 안에 뭔가 잘못됐어... 공허함이 있어…"라는 이 대사는 MCU가 현재 겪고 있는 혼란과 목적 상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합니다. 엔드게임 이후 MCU가 겪어온 방향성 부재는 옐레나의 감정적 고백을 통해 더욱 명확히 느껴집니다. 옐레나는 과거 아동 암살자로 겪은 트라우마와 현재의 무기력 사이에서 균형 잡힌 연기로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특히 옐레나가 톰 크루즈 스타일의 현실적인 스턴트를 펼치는 장면은 시각적으로나 연출적으로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는 MCU 페이즈에서 손꼽히는 세련된 액션 장면으로 꼽힙니다. 이는 감독 제이크 슈라이어의 연출력이 빛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썬더볼츠*, 마블의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

 

제이크 슈라이어 감독은 MCU에 입성하며 초기 마블 영화의 자신감을 되찾으려 합니다. 영화는 현실감 넘치는 액션과 명확한 감정적 긴장감을 통해 서로 다른 배경과 상처를 지닌 캐릭터들이 하나의 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클라이맥스를 뉴욕 전투 장소에서 전개한 것은 의미심장하며, 이 과정에서 "보이드에게서 도망칠 수는 없어"라는 대사는 MCU의 공허함을 극복하기 위한 과거 회귀적 접근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매력적이지만 깊이는 부족한 썬더볼츠 팀

 

옐레나 벨로바를 제외하면, 썬더볼츠 팀의 나머지 멤버들은 캐릭터로서 깊이를 쌓는 데 한계를 보입니다. 태스크마스터나 고스트는 비주얼 효과 외에 인물의 깊이를 더하지 못하며, 존 워커는 여전히 미미한 존재감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밥은 기억 상실과 중독자로서의 복잡한 설정을 통해 캐릭터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썬더볼츠 팀 내적 갈등의 중심축을 형성합니다.

 

 

역설적 슈퍼히어로 팀이 만드는 흥미로운 긴장감

 

CIA 국장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퐁텐이 팀원들을 서로 죽이도록 조장하는 설정은 오히려 이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됩니다. 영화는 목적의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영웅과 악당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캐릭터들의 모호성을 탐구합니다. 목적의식은 인물들을 영웅으로도 괴물로도 변모시킬 수 있는 양면적이고 역설적인 힘으로 묘사됩니다.

 

 

CG 사용 최소화로 돋보이는 이야기 중심의 연출

 

슈라이어 감독은 CG 효과를 줄이고 캐릭터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MCU 영화에서 흔히 보는 화려한 액션보다는 섬세하고 감정적인 장면들을 강조합니다. 세바스찬 스탠의 버키 반즈와 데이비드 하버가 연기한 옐레나의 아버지 캐릭터는 이러한 현실적이고 감정적 접근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듭니다. 특히 아버지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한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MCU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신호

 

결국 <썬더볼츠>는 MCU가 새로운 시작점을 찾기 위한 긍정적인 발걸음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목적의식과 현실적인 접근을 통해 마블의 방향성 회복 가능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거 MCU의 성공을 반추하고, 그 안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으려는 이 영화의 시도는 분명 의미 있으며 향후 더욱 깊고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썬더볼츠>는 MCU가 다시 관객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자 이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이 영화의 쿠키영상은 총 2개입니다. 특히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등장하는 두번째 쿠키영상은 꽤 길며, 앞으로의 MCU의 방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쿠키영상이므로 보고 나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